[수연(水然) 칼럼] 백세 인생

[세종=한국인터넷기자클럽] 수연(水然) 칼럼니스트= 사람의 수명이 갈수록 길어져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백세 인생이 일반화될 것 같다. 장수는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막상 현실화된 장수는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죽고 싶지만 죽지 못하는 것은 살고 싶지만 살지 못하는 것 못지않게 괴로운 일이다. 벌써 이런 증후는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삶의 질이 동반되지 못하는 장수는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될 수 있다. 이제 인류는 장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우선 장수에 대한 맹목적 욕망에서 벗어나야 될 듯하다. 모든 삶은 소중하지만 삶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장수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죽음마저 철저하게 이용하는 현대 의료산업의 잔인한 실상과 장수에 대한 인습적 사고를 타파해야 한다. 지금 온 사회는 백세 인생을 논의하면서 보통 초점은 장수에 따르는 경제적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 누리고 있는 풍요를 백세까지 계속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해답이 없다. 인류의 물질적 성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그나마 양극화의 문제는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다.

장수의 문제는 정신적·영적 문제로 한 차원 높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보다 더 소박하게 살겠다는 마음만 가지면 경제적 문제는 더 이상 크게 문제가 안 된다. 실상 우리는 지금 지나치게 풍요롭게 살고 있다. 물질적 욕망을 자제하면 경제적 문제에서 대부분 헤어날 수 있다.

우리에게 장수 문제의 본질은 물질이 아닌 마음이다. 최소한의 의식주가 해결되면 정신적· 영적 행복에 지금보다 더 주목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의식이 또렷했을 때 노년과 죽음을 대비해야 한다. 나이 쉰을 넘겼으면 자신의 죽음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정해두어야 한다. 아무 준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이 흐려져 내 몸과 마음을 속수무책으로 타자에게 내맡기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중대한 비극이다.

이것보다 더 불행한 삶이나 죽음이 어디 있겠는가. 주체성이 결려된 노년과 죽음은 그동안 일생 소중히 가꾸어온 삶의 모든 가치를 일시에 무화(無化)시켜 버린다. 백세 인생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는 것은 상당 부분 한 인간의 주체적 결단과 인격 성숙의 문제로 귀결된다.(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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