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문을 읽다가 이색적인 공약을 발견했다. 70세 이상의 어르신에게 버스비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약을 한 후보는 충북 사람이 아니다. 충남도지사 후보로 등록한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다.


수도권에 비해서 차별 대우를 받는 지방 노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면에서 당연한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노인은 공평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원칙에서 문제는 제기된다.


수도권 노인이 전철을 무료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수십 년 전부터였다. 이들은 전철을 타고 온양온천으로 목욕을 다닐 뿐만 아니라 춘천으로 닭갈비를 먹으러 가기도 한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전철을 이용할 수 없는 충북노인은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들뿐만 아니라 억울한 기분도 감출 수 없다. 대개는 65세 이상 되면 수입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런 노인이 전철만 공짜로 타고 다닐 수 있어도 한 달에 수십만 원은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전철이 잘 되어있어서 사실상 자가용이 필요 없다.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가 주차 문제로 골치를 썩이느니 차라리 전철을 이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전철이 없는 충북 등 지방노인은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전철이 없는 지역에 사는 노인의 운명이라고 자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문제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수도권 노인이 전철을 이용하는 혜택을 돈으로 환산해서 교통비를 지급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게 안 되면 지방 노인이 전철처럼 이용하는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수많은 사람이 했을 것이다. 대부분 생각만으로 그쳤을 뿐 공약으로 발표하거나 행정에 반영했다는 소린 듣지 못했다. 지금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가 주겠다고 할 만큼 다급한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충북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지방의원 후보 등으로 등록한 사람은 수백 명이 넘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후보가 있지만 이런 공약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쳐 이런 생각을 못했다면 모방이라도 해야 할 게 아닌가. 모방은 제2의 창조라는 말도 있다. 남의 공약을 그대로 따라 해도 좋지만 지역 형편에 맞도록 보완하면 더 좋을 것이다.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는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버스비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공약을 했다.


이것은 수도권 전철을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는 것을 현실에 맞도록 보완한 것이다. 100세 시대에 65세는 사실상 노인도 아닌데 이들에게 전철 무료 이용권을 주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주민등록상 70세 이상이면 우리 나이로는 71세다. 이 정도면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문제는 버스라는 개념에 시외버스도 포함하느냐는 것이다. 시내버스만 무료로 해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만 해줘도 굳이 자가용을 타고 다니겠다는 노인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노인이 자가용을 포기하면 도심 교통난이 완화될 것이다. 도심 교통난이 완화되면 도로건설, 주차장 확보, 교통편의 시설 확충 등에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북엔 이런 공약을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가 왜 없는 걸까? 충남지사 후보는 이런 공약을 하는데, 어째서 충북지사 후보는 못하는 걸까? 충북지사 후보가 못하면 시장?군수나 지방의원 후보들이라도 해야 할 텐데 비슷한 공약도 없다.


이런 면에서 충남은 여건이 좋은 편이다. 급한 건 오히려 충북이다. 수도권 전철은 천안 아산 등을 거처 신창까지 운행하고 있다. 현재도 많은 주민이 수도권 전철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충북이 충남보다 급한 상황인데도 이런 공약을 하는 후보가 전무한 것은 노인 문제에 관심이 적다는 뜻이다. 노인이 선거 판세를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서는 당선도 안 되겠지만, 당선된다고 해도 민의를 대변하지도 못할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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