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청사 신축 문제가 6,13지방선거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청사 문제에 대한 각 후보의 공약은 대체로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통합시 발족 후 계획했던 대로 현재의 자리에 신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민주당 한범덕 후보의 공약이다.


현재의 위치는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고, 연초제조창 자리로 이전해 신축해야 한다는 게 새누리당 황영호 후보의 주장이다. 현 위치 신축이든 이전 신축이든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신언관 바른 미래당 후보다.


정세영 정의당 후보만이 2,300억 원이나 소요되는 청사 신축비를 서민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게 이승훈 통합시장의 공약이다.


지금의 청사를 증축하거나 리모델링해서 쓰겠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주장을 하던 이승훈 후보가 막상 시장에 취임해서는 청사를 신축하는 쪽으로 바뀌고 말았다. 다소 낡고 비좁지만 리모델링하면 충분히 쓸 만하다던 판단이 신축으로 바뀜으로써 논란의 불씨가 된듯하다.


청사 신축 문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생각나는 말은 암행어사 이몽룡의 시다. 변 사도는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강요하다가 거부당하자 감옥에 가두고 곤장을 쳤다. 인근 고을 수령을 불러 생일잔치를 열고 있을 때 거지꼴을 하고 등장한 게 어사 이몽룡이다.


말석에 앉아서 술 한 잔을 얻어 마시고는 탐관오리를 풍자하는 시 한 수를 지어 바침으로써 주변을 놀라게 했다.


“금동이의 향기로운 술은 백성들의 피요/ 옥소반의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이 흘러내릴 때 백성들의 눈물도 떨어지고….”


통합 청주시 청사를 짓는 일이 탐관오리가 백성의 피를 빨고 기름을 짜는 일에 비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백성의 어려움을 잊고 흥청망청 돈을 쓴다는 면에서는 공통점도 있어 보인다.


청사 신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생각나는 게 또 하나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천막 당사다.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근혜 대표는 당사를 팔아 빚을 갚고 천막당사로 이사했다.


호화당사는 민심을 얻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고, 그 예상은 적중해서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충북도지사 후보초청토론회에서 이시종 후보가 한 말도 의미심장하다. 박경국 새누리당 후보가 도청 이전 문제에 대한 의견을 질문하자 이시종 후보는 4, 5천억 원이나 드는 청사 신축비가 있으면 민생을 위해 쓰겠다고 한 말이다.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건 어느 시민의 말이다, 자신은 시청에 가본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1년에 단 한 번도 시청에 갈 일이 없다는 사람도 많다. 시민이 가끔이라도 볼일이 있는 곳은 시청이 아니라 일선 주민센터나 구청이다.


그만큼 시청은 주민이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다. 2,300억 원이면 청주시 1년 예산의 10%가 넘는 거액이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공무원 편익을 위해서 쓰여야 한다면 화급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의 1순위는 청사가 비좁다는 문제일 것이다. 얼마 전 상당구청이 신축이전함으로써 공간부족 현상이 완화되었고, 신축 공사 중인 흥덕구청까지 완공되면 면적이 협소하다는 문제는 해소될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 청사가 낡아서 비가 샌다거나 냉난방이 안 될 정도도 아닐 것이다. 청주시청은 50년 전에 지은 건물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튼튼해 보인다.


이제 남은 문제는 청사를 여기저기 분산 배치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뿐이다. 이 문제도 전문 부서별로 집단화하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 이것은 청사배치 기술상의 문제이지 업무의 능률이나 시민 불편 문제는 결코 아니다.


수도를 분할해 놓고도 불평 한마디 없는 정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문제다. 청사를 신축하면 시민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깟 청사 하나 못 짓겠는가. 시민의 피를 빨고 기름을 짜면서도 시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핑계를 대니까 가증스러운 것이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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