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맨 먼저 확인하는 게 휴대폰이다. 어디서 무슨 소식이 왔는지 궁금해서다.


그로부터 휴대폰에선 연신 휘파람 소리가 난다. 어떤 사람은 건강정보를, 다른 사람은 정치 뉴스를 전해준다.


내가 받은 글 중에서 혼자 보기가 아까운 것만 골라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런 일을 하면서 누구나 언론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면 그들이 또 이렇게 전파하니 순식간에 여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색적인 글 한 통을 받았다. 이런 글을 쓴 사람은 천재일 것이라는 제목이었다, 천재가 쓴 글을 어떻게 보지 않을 수 있겠나. 호기심을 갖고 읽어내려 갔다.


“세상에 태어났더니 주민세, 자식에게 재산을 주었더니 증여세, 죽어서 주면 상속세, 일을 했더니 갑근세, 담배 피웠더니 담뱃세, 술 한 잔했더니 주세, 저축했더니 재산세, 북한이 미사일 쏘면 방위세, 황당하게 술에 왜 붙는지 교육세, 엉뚱하게 화장품에 붙는 농어촌특별세,


월급 받으면 소득세, 자동차 샀더니 취득세, 새 차 넘버 달았다니 등록세, 회사 차렸더니 법인세, 껌 한 통 샀더니 소비세, 전기 많이 썼더니 누진세, 대소변 본다고 환경세, 돈 많은 놈들은 탈세, 죽으면 만세…,”


소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세금이 있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세금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풍자한 글이다. 누구나 세금은 덜 내고 싶지만 세금을 내지 않고는 버틸 방법이 없는 게 세상살이다.


내가 힘들게 낸 세금이 잘 쓰이면 보람이라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낸 돈이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는 현실이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내가 낸 세금으로 표를 사거나 팔기도 한다는 것이다.


몇 달 전 어느 일간지에서 본 '국민 세금은 공돈' 이란 사설이 이런 실태를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소개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장례식장 식비로만 세금 16억 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참사로 장례식장은 어수선했지만 조문객은 많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음식을 그만 줘도 된다고 했지만 장례식장 측에서 유가족은 돈 내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계속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세월호 장례식은 모두 세금으로 치러졌다. 공무원들은 최대한 지원해주라고 했을 뿐 내역은 제대로 살피지도 않았다. 국민 세금은 이곳만이 아니라 언제나 어디서나 이렇게 줄줄 새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공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0대 국회가 개원할 때 의원실마다 컴퓨터와 책상을 바꾸느라 50억 원 이상 들었다. 4년 전 48억 원을 들여 교체한 집기들이 멀쩡한데도 새것으로 바꿨다.


정권 바뀌면 부처 이름 바꾸고 사무실 재배치하는 데도 적지 않은 세금이 들어간다. 자기들 돈이라면 절대 이렇게 쓰지 않을 것이다. 최근 6년간 복지급여 누수 예산이 4,600억 원이라고 한다.


이미 사망한 사람에게 계속 주고, 장애등급을 조작하는 식으로 낭비했다. 실제는 이보다 몇 배 많을 것이다. 정부가 각종 단체에 세금으로 주는 보조금 역시 눈먼 돈이다. 교수는 연구비를 빼돌려 제 집 사는 데 쓰고, 농민은 허위로 축사 계약서를 제출해 수 천만 원의 보조금을 챙긴다.


가축 전염병이 돌 때마다 세금으로 지원금을 받아 돈을 번 사람 얘기도 나돈다. 경기도의 한 전통 시장은 세금 수억 원을 지원받아 고객센터를 만들었지만 노숙자들에게 점령당했다.


부처마다 연말이면 남은 세금을 써버리려고 해외여행을 간다.


각 지자체가 수십, 수백억 원씩 들여 지은 관광 시설 중 흉물이 된 것은 얼마나 많을까.


무슨 축제로 날린 세금은 또 얼마나 될까?“


이 글을 읽으면서 세금 낼 때 어떤 분야에 쓰고 싶다는 희망을 표시하고,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납세자도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세금을 낼 의무가 있는 만큼 감시할 권리도 보장해야 공평하다는 생각이 절실한 것은 세금을 물 쓰듯 써대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무력감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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