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역 문제로 충북이 들끓고 있다. 세종시 출신 이해찬 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면 이런 일이 터질 것이라고 예측은 했었다.


그러나 이처럼 빨리 조직적으로 밀어붙일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충북의 대응도 조직화해야 하는데 중구난방이다.


한마디로 불이 났다고 외치는 사람은 많지만 어떻게 불을 끄자고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무엇보다 충북은 왜 세종역 신설을 저지해야 하는 지, 그 이유가 너무 추상적이다, 지역사회가 들끓을 정도라면 구체적인 통계나 피해가 제시되어야만 저지투쟁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세종역 설치로 인한 충북의 피해를 통계로 작성할 수도 없고, 구체적인 피해 사례도 없다면 추계(推計)라도 내놓아야 할 게 아닌가.


이런 문제를 체험해 보기 위해서는 오송에서 세종을 거쳐 대전역까지 운행하는 BRT버스를 타보면 된다. 오송역에서 출발할 때는 거의 승객이 없다. 많아야 대여섯 명 정도다 .


세종시 입구에 이르러서부터 늘기 시작한 승객은 세종시 중심에 이르면 좌석이 없을 정도로 꽉 찬다. 이것은 세종시가 대전생활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세종시민은 오송을 거쳐서 서울에 가지 않으면 충북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뜻이다.


결국 충북은 오송이라는 작은 끈을 통해서 겨우 행정수도권에 편입돼 있는 것이다.


만약 세종역이 생기면 충북은 행정수도권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육성하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회는 물론 청와대도 이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종시 탄생에 공헌한 충북이 덕을 보기는커녕 인구유출 등 피해만 본다면 우린 그동안 미친 짓을 한 셈이다.


충북이 행정수도와 동반성장하기 위해선 세종역을 반드시 저지해야만 하는 이유다. 이렇게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세종역을 저지할 수 있는 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게 순서다.


그런 일을 하라고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을 뽑은 게 아닌가. 아무도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발등의 불은 타오르고 있는데 전철망 등 뜬구름만 잡고 있다.


다행히 충북은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이 석권하고 있다. 얼마든지 민주당과 협조해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손을 놓고 있다는 소리가 요란하다.


민주당이 이렇다면 야당이라도 앞장서야 할 텐데 고작 성명서나 내놓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세종시 출신 이해찬 대표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해서 내세웠던 대표공약이 바로 세종역이다.


이해찬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조직적으로 세종역 설치를 추진할 기세다.


다른 곳도 아니고 충북을 방문해서 세종역 설치를 공언하는데도 항의하는 국회의원이 없었다는 건 이미 기가 꺾였다는 뜻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시민단체뿐이다. 시민단체는 자치단체나 정당에 비해 조직력도 약하고 예산도 부족하다.


그들에게 맡겨 놓기에는 일이 너무 중(重)하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그건 결코 아니다. 문제인 대통령에게 해결해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대선 직전 청주를 방문해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공약을 했다.


충청권 자치단체 간에 합의가 없으면 세종역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이 말을 해놓고 청중에게 물었다. 이러면 되겠는냐고, 시민들은 환호했다.


이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민주당 대표가 거꾸로 대통령 공약을 파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일러바쳐야 한다.


그런데도 우린 힘이 없어서 이를 저지하지 못한다고 호소해야 한다. 얼른 내려와서 해결해주든지, 이해찬 대표를 불러서 혼을 내달라고 애원이라도 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으면 실력행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오송분기역을 쟁취할 때보다 강한 결속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이시종 지사를 비롯한 여야 정치인이 총출동해 저지투쟁에 앞장서는 건 당연하다.


생존을 위해서는 여야가 없다는 각오로 결속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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