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외모부터 매력을 잃는다. 모든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과 어울리길 좋아한다. 그래서 늙으면 사람이 붙질 않는다. 외롭다는 뜻이다.


아무리 외모가 흉해진다고 해도 힘이 있으면 서럽지 않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힘을 잃는다는 뜻이다. 모든 생명체는 살기위해서 투쟁하는 것이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엄연한 사회에서 힘이 없다는 것은 자신을 지킬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 서러운 게 있다. 그게 바로 판단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관리할 능력이 없으면 없는 것만도 못하다. 그런 상태로 오래 살다가 보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사람은 짐승과 다르기 때문에 약한 노인을 보호해 주는 제도가 많다. 우선 병원에 가면 진찰료가 1,500원에 불과하다. 일반인이 내는 4,500원에 비하면 특혜를 받는 셈이다.


요즘 같은 가을에 속리산이라도 가면 어김없이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한다. 절 근처도 가지 않는데 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하느냐고 언쟁할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다 같은 국민인데 왜 우린 서울노인 만큼 혜택을 받지 못하느냐고 따질 문제도 있다. 그게 바로 전철을 공짜로 타는 것이다. 수도권 노인은 전철을 무료로 타기 때문에 승용차를 굴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한 달에 5,60만원은 절약할 수 있다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는 전철을 이용하지 못하는 시골노인에게 시내버스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공약을 하고 당선되었다.


지금쯤 충남 노인은 시내버스를 무료로 타는 기대에 부풀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노인에게 주는 혜택은 의외로 많다. 그런데도 노인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르신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일 것이다.


그들이 어렸을 적 노인은 공경의 대상이었다. 동네 사람이 옥신각신하다가도 어르신이 나타나면 뚝 그쳤고, 젊은이들이 담배를 피우다가도 감추기 바빴다. 자신이 노인에게 했던 것처럼 공경을 받지 못하는 게 서러울 것이다.


사실 노인은 우리가 보호해야할 여러 계층 중에 하나일 뿐이다. 배가 침몰할 때 가장 먼저 구조해야 할 대상은 노약자다. 노인 어린이 여자부터 구해놓고 젊은이들이 구명보트에 탔다.


차를 몰고 다니면서 가장 애로를 느끼는 게 주차 문제다. 비좁은 주차장이지만 빼놓지 않고 있는 게 장애인 주차구역이다. 가장 주차하기 편한 위치에 설정해 놓은 장애인 주차장은 비어있기 일쑤다.


비어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지 못하고 헤매는 노인을 보면서 왜 노인차량 보호대책은 없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하고, 모든 노인에게 혜택을 주자는 소린 아니다.


많은 노인이 70세가 넘으면 감각이 떨어지고, 판단도 흐려져서 운전을 계속해야할지 망설인다고 한다. 실제로 고령 노인이 사고를 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차를 운전하다보면 어린이 보호차량이란 스티커를 부착하고 다니는 노란색 차를 볼 수 있다.


단순히 색깔만 노란 게 아니다. 어린이가 승하차할 때는 경광등이 번쩍이고, 초등학교나 유치원 부근은 스쿨존으로 지정해서 속도나 주차를 제한하고 가중처벌도 한다.


어린이 못지않게 보호 받아야할 대상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린이는 직접 운전을 하지 않지만 노인은 운전도 하기 때문이다.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인운전을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 문제화할 수도 있다.


급한 대로 노인이 운전하는 차량에 노인보호차량이란 스티커를 부착했으면 싶다. 스티커가 눈에 잘 뜨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 노인을 상징하는 색으로 칠하면 더 안전할 것이다. 병아리를 연상하는 노란색이 어린이 보호색이라면 노인을 상징하는 색은 단연 은빛이다.


노인이 자주 다니는 복지관 요양시설 등을 실버구역으로 지정해 스쿨존처럼 보호해주면 좋을 것이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이 시가 가슴을 적시는 것은 누구도 늙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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