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기자] 한국이 2019년 9월 20일, 미국으로부터 ‘예비불법어업국’ 지정 통보를 받고, 다시 '불법어업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불과 약 1년 전 (2018년 10월)만 해도 '한·EU, 국제적인 불법어업 근절을 위한 공동선언' 까지 채택한 한국이 또다시 원양 전선에서 추락했다.


불법어업 국가의 오명을 벗고 효과적인 제재를 가하다가 다시 개혁의 긴장 고삐를 늦추면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은 지난 2013년 미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 예비불법어업국가로 지정받았다.


이후 정부는 규제 강화를 강조한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으로 2015년 해제됐지만, 겨우 4년 만에 다시 오명을 얻게 됐다.


환경운동연합은 "불법어업국가로 지정된다는 것은 원양수산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말하고 "수출길에 차질이 생기는 경제적 손실은 물론 외교 무대에서 뼈아픈 약점을 잡힌다"고 지적했다.


불법어업국가는 체제가 불안하거나 경제발전이 더딘 저개발국가들 위주로 목록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번 통보는 국격에 치명타를 입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지정의 발단은 2017년 한국 원양선박이 남극해에서 보존조치를 위반한 사건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해당 위반 행위에 대해 수차례 강한 우려를 표하며, 해수부와 원양업계에 이 사건의 심각함을 알리려고 애썼다"고 말하고 "그러나 업계를 대표하는 원양산업협회는 ‘일부 기업의 소소한 위반을 침소봉대하지 말라’며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해야 할 해수부의 초기 대응 실패도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해수부가 ‘법적 문제가 없다’, ‘현상태에서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국제여론까지 악화되자 관련 '원양산업발전법 재개정안'을 서둘러 마련했다"며 "그나마도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로,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원양산업발전법'의 개정안은 작년부터 업계와 시민사회가 참여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업계의 영향으로 불법어업에 대한 벌금과 제재를 강화하는 정책들이 상당 부분 완화된 채 발의됐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사태는 불법어업 규제가 강화되는 국제적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해수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를 2018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회의에 참가한 당시 정부 대표단은 불법어업 사건을 신속하고 엄정히 처리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안이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결국 오늘의 예비불법어업국 지정으로 이어졌다고 확신했다.


시민단체(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공익법센터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는 '본 사태를 만든 당시 정부 대표단 책임','원산법 개정안에 강력한 제재포함‘, ’불법어업 통제 관리의 투명성을 강화'와 '원양업계의 불법어업 업체 퇴출의 자정 시스템을 구축'을 요구했다.


이어 정부와 업계는 시민사회와 함께 불법 어업 방지를 위한 협력 체계 구축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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