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기자] 지난 9월 24일 부터 이틀간에 걸쳐 가경천 발산교에서 죽천교 사이에 있는 살구나무 157그루가 사라졌다.


충북도가 ‘지방하천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30여년 자란 나무를 한순간에 베어 버린 것이다.


이번 사업은 충북도가 2025년까지 홍수예방을 위해 남이면 석판리부터 흥덕구 복대동 석남천 합류지점까지 가경천 7.8km 구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하 충북환경련)은 7일 충북도청 서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경천 지방하천정비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를 촉구했다.


가경천 살구나무는 1994년 서청주새마을금고가 3000여 그루를 가경동 동부아파트에서 하복대 두진백로아파트까지 약 7km구간에 식재한 것이다.


충북환경련은 "이곳은 매년 봄이면 무심천 벚꽃길과 더불어 청주시민들이 많이 찾는 아름다운 길 중 한 곳"이라며 "잘려나간 살구나무를 보며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가경천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 대부분은 홍수예방을 위해 하천정비사업을 한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살구나무를 다 벨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며 "주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업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4차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살구나무가 모두 베어진다는 구체적인 설명없이 홍수예방을 위해 하천정비사업을 해야 한다고만 했다는 것이다.


또 4차에 걸친 주민설명회 장소 역시 이번에 살구나무가 베어진 곳에서 멀리 떨어진 석판리와 흥덕구청에서 진행되어 지역주민들이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충북환경련은 "하천정비사업을 하더라도 살구나무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하천정비사업이 진행됐어야 한다"며 "모든 살구나무를 제거하고 공사 이후 다시 식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당장 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업진행 과정뿐 아니라 이후까지 계속되는 사회적 갈등을 고려하면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효율적인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충북도는 홍수예방을 위해서 하천정비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단체는 이번 가경천 지방하천정비사업에 대한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그 이유로 충북도가 말하는 홍수는 2017년 청주에 발생했던 홍수이고, 올해 주요 하천에 발생했던 댐 방류로 인한 홍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2017년 홍수는 도심하천에 발생한 홍수로 도시의 불투수층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대한 해법 역시 도심의 투수층 확보, 저류시설 설치 등 집중호우 시 빗물이 하천으로 갑자기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하천을 준설하고 제방에 나무를 베고 홍수 방어벽을 설치한다고 홍수예방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따라서 도심 홍수예방을 위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80년, 100년 빈도를 대비한다는 구시대적인 하천 정비사업이 아니라 도심의 투수층을 확대하여 하천범람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충북환경련은 주민들과 지역구 의원들도 모르게 이번 일이 어떻게 벌어지게 된 것인지 명백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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