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을 읽는 것처럼 어려운 게 없다. 오죽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공상(空想)을 하게 된다. 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지만 결혼은 내가 선택한 것이라서 노력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대체 어떤 사람을 어떻게 골라야 성공하는 걸까? 아무리 책을 뒤져봐도 답이 없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의 기준으로 사람을 고르라는 얘기만 있을 뿐이다. 중국 당나라 시대부터 관리를 등용하는 4가지 원칙이다.


첫째는 신(身)으로 인물이 잘났나 못났나를 본다는 것이다. 둘째는 언(言)으로 말을 잘 할 줄 아는가, 못 하는가를 따진다는 것이다.


셋째는 서(書)로 글을 잘 쓰는가, 못 쓰는가를 따진다는 것이다. 넷째는 판(判)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옳은가, 그른가를 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원칙이 있지만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은 잘 보이지가 않으니 눈에 잘 띄는 외모로 판단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서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잘못을 범할 수밖에 없다.


사람을 외모만 보고 대하다가 실수하는 경우도 많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조선 초기 황희 정승이 남루한 옷을 입고 길을 가다가 시장기를 느꼈다.


마침 잔칫집 앞을 지나는 길이어서 한술 얻어 먹어볼까 하여 그 집에 들어서니 하인이 가로막았다.


황 정승은 배가 고파서 그러니 한술 요기나 하자고 사정해도 막무가내였다.


몇 년 후 그 집에서 또 잔치가 열렸다. 이때 황 정승은 사모관대를 갖춰 입고 찾아갔다.


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주인까지 버선발로 달려 나와 산해진미를 대접했다.


정승은 잘 차려진 음식은 먹지 않고 음식을 옷 속에 집어넣기만 했다. 이를 보고 주인이 이유를 묻자 황희 정승이 대답했다.


"허름한 옷을 입고 찾아왔을 때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오늘은 귀한 대접을 하는구려, 이게 모두 이 옷 덕분이니 음식을 먹을 자격은 내가 아니라 이 옷에 있기 때문이요."


이처럼 사람을 외모로 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음을 간파해서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다.


정주영이 소 판 돈을 훔쳐서 서울로 도망쳐 쌀장사를 해서 약간의 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자동차 수리공장을 차리고 싶은 데 돈이 부족했다. 돈을 빌리러 찾아간 곳이 고리대금업자였다.


돈을 빌려 정비공장을 차렸지만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망했다. 다시 찾아가서 사정을 얘기했더니 선뜻 또 돈을 꾸어주었다.


돈을 꿔주면서 자기는 한 번도 차용증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마음을 볼 줄 알았던 것이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사장의 마음을 볼 줄 알았다면 검찰총장에 임명했을까?


그랬다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난투극을 벌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정감사장에 나온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임기를 채우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하는데도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은 검찰총장을 융단폭격 했다.


어떻게든 대통령의 국정을 흠집 내야 할 야당이 오히려 검찰총장을 옹호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결국 대통령이 두 가지 메시지를 줌으로써 친여세력 간에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이를 지켜 본 국민은 장관과 총장의 충돌이 도(度)를 넘었다고 하면서, 이 지겨운 싸움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냐고 흥분했다.


저런 싸움이나 하라고 세금을 낼 수는 없다며 해결될 때까지 세금납부를 유예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분개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이치로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면 탄핵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 보는 눈이 정확치 못해서 생긴 일이다. 문 대통령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도 향배가 갈릴 것이고, 우리의 운명도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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