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停職)이란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날 추미애 법무장관은 국정원장 행정자치부 장관 등과 함께 3대 권력기관의 개혁을 완성했다는 브리핑을 했다.


국민 위에 군림하던 권력기관을 국민을 섬기는 기관으로 개편했다고 보고하는 자리였다. 건물을 신축하는 것처럼 준공식을 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그만큼 권력기관 개혁을 계획적으로 추진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3대 권력기관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특히 검찰의 모습이 달라졌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은 물론 사법경찰관 지휘권까지 독점해왔다.


수사권은 경찰과 나누었고, 기소권도 공수처에 일부 이양했다. 모든 수사를 다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수사의 주최가 경찰로 바뀌고, 검찰은 제한적인 수사만 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총장이 공개적으로 징계를 받고 업무가 정지된 것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공작정치의 산실이라고 불렸던 국정원은 더 참담한 모습으로 변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에서 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정보기관이 국내 정보는 취급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공 수사권마저 경찰에 이양해야 하는 처지다.


국정원장이 경찰청장에게 대공수사의 사수(射手)는 경찰이고 국정원은 조수(助手)일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오직 경찰의 위상만 높아졌다. 수사권을 독립한데다 대공수사권까지 인수함으로써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검경과 국정원의 위상변화보다 큰 게 있다. 바로 공수처의 발족이다. 지금까지 국민은 검찰에서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다.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대항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길이 열렸다.


아무튼 권력기관 개혁은 완성됐다. 역대 정부에서 수없이 공약하고도 완성하지 못한 난제였으나 문재인 정부에서 마침내 완성했다.


문제가 생겼다. 천신만고 끝에 권력기관 개혁을 완성했는데, 이것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하기 때문이다.


검경의 수사권을 조정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차단하는 일 등은 누가 하든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그것을 정권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공격하면 정권 입장에서 보면 무척 억울할 것이다.


의심을 풀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지 못하도록 검찰을 개혁했고, 공수처도 만든 것이라고 의심하는 이유는 검찰이 정권수사를 하고 있는데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국 일가를 향해 수사권을 휘두르더니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유재수 비리를 무마했다는 의혹도 추적하고 있다.


요즘은 라임·옴티머스 펀드 사기와 월성1호기 평가조작 등 대통령 공약사업까지 파헤치고 있다.


언제 불길이 청와대로 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권의 방어도 필사적이다.


이 불을 끄기 위해 추미애를 법무장관에 임명했고, 지난 1년간 정권을 수사하는 팀을 네 번이나 공중분해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니까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세 번이나 박탈했고, 마침내 2개월간의 직무정지까지 시켰다고 의심한다.


게다가 야당의 비토권으로 공수처장을 임명하지 못하자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공수처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의심하는 게 민심이다. 사실과 다르다면 오해를 풀어야 할 것이다. 정권수사를 하는 수사팀을 공중분해한 게 정권수사를 못하게 하기 위한 게 아니라면 원상회복시키면 된다.


반드시 인사를 해야 할 요인이 있다면 수사가 끝날 때까지 보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수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면 의심을 풀 수 있을 것이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 중이고, 역대 대통령이 자식이나 형제를 구속하는 것을 막지 않은 것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게 법치이고 검찰개혁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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