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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년월일 : 2021-01-22 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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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기자의 감빵소설] “재판보다 조폭이 빨라,” (3)
- '구속적부심'은 절망에서 살아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
▲ 이성재가 주연으로 나와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쳤던 영화...  '홀리데이'의 한 장면,

 

 

글 ; 이광호 한국인터넷뉴스 발행인
감수(監修) ; 최종웅 소설가


이대한은 호송차에 오른다. 법원에서 교도소까지는 10분도 안 걸린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대한의 생각은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든다. 그에게 '구속적부심'은 절망에서 살아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찌푸리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개새끼들!”


자신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교도관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깜짝 놀란다.


“단 1분에 끝낼 재판이라면 뭐 하러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느냐 말이야.”


비로소 교도관이 안심하는 표정이다. 사실 이대한은 난생처음 구속적부심 재판을 받아 보고 두 가지 문제에 놀라고 있다.


하나는 구속이라는 일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느냐는 놀라움이다. 이건 재판이 아니라 요식절차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바에는 굳이 날 오라고 할 필요도 없었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결정하면 될 일이 아닌가. 이대한이 놀라는 두 번째 일은 국선변호인의 역할이다. 변호인이란 법률지식이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라고 만든 제도다.


특히 국선변호인은 돈이 없거나 나이가 많거나 심신장애가 있어서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억울하게 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특별히 배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구속적부심이 열리기 며칠 전에 찾아와서 사건 경위를 상세히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왜 구속이 되었는지, 무엇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자세하게 들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필요한 증거 자료를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 등도 상의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을 맡은 국선변호인은 재판이 열리는 날 법정에서 만나 단 5분도 대화를 하지 못했다.


제갈공명과 같은 재주를 갖고 있어도 해낼 수가 없을 것이다. 피의자를 구속하려고 하는 검사는 거대한 조직이다.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검찰이다. 그뿐만도 아니다. 대한민국 경찰을 몸종처럼 지휘할 수사지휘권도 갖고 있다.


그런 조직에서 사람을 구속하려고 하는 것을 막으려면 수십 배의 노력을 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다.


“인권 보호 좋아하네...” 코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법원에서 빠져나온 호송차는 청주 외곽도로를 달린다. 이대호가 늘 달리던 길이다. 꿈과 희망을 싣고 달리던 길이다. 그 길에 지금은 봄이 무르익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다.


그런데 자신은 영어의 몸이다. 평소에 꽃을 좋아해 당장 내려서 꽃을 감상하고 싶지만 이젠 그렇게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난 언론인이다. 사회 비리를 파헤쳐 여론화해, 마침내 사회정의를 이룩하는 일을 사명으로 하는 직업이다.


“그런 언론인이 자신의 신상 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다니!”


이대한은 회한에 젓는다. 언젠가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다.

 

사법개혁을 하려는 소중한 자료가 될 날이 있을 것이다. 창고에 보물을 쌓듯 차곡차곡 넣어 두었다가 때가 오면 하나둘 꺼내어 낱낱이 파헤치고 말리라.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호송차는 충북도 교육청 앞을 지난다. 조금만 더 가서 우회전 하면 청주교도소다.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말이 있다. 운칠기삼이란 말이다. 백일섭처럼 생긴 판사는


“억울하면 재판받고 나가세요.”


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생긴 대로 논다고 했다. 어쩌면 그렇게 생긴 대로 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을 잘 보기로 유명한 자신이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보다 놀라운 일은 국선변호사였다.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이대한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재수가 없었습니다.”


“노름판도 아니고 재판에 무슨 운이 있습니까?”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대한에게


“재판은 운칠기삼이라니까요.”


알듯 모를듯한 말을 남기고 국선변호사도 자리를 떴다.


국선 변호인이 알려준 것은 '운칠기삼'이란 말뿐이었다. 어떻게 재판이 운칠기삼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억울해도 법원에 찾아가면 현명한 판사를 만날 수 있고, 그 판사가 억울한 일을 깨끗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법원에 오면 더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돠면 정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때 호송차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이대한은 조폭이란 말을 떠올린다.


“법원에서 재판받는 것보다 조폭을 찾아가는 게 훨씬 빨라.”


어디서 들었던 얘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계속)

기사입력시간 : 2017-09-26 20:10:14
글쓴이 : 한국인터넷뉴스 이광호 /  [한국인터넷뉴스 이광호]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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