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나라 양공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다. 소백과 규라는 아들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방탕한 생활을 하자 두 아들은 화를 당할까봐 서둘러 제나라를 떠났다. 그리고 양공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귀국한다. 둘 중 먼저 도착하는 이가 왕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백을 따르는 신하는 포숙이었고, 규를 따르는 이는 관중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고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둘은 비록 섬기는 이는 달랐으나 막역한 친구였다. 포숙은 관중의 모든 일을 이해하고, 허물을 덮어준다.


자기들이 먼저 가려고 관중은 제나라로 돌아가는 소백에게 화살을 쏘았다. 다행히 허리띠에 화살을 맞은 소백은 죽은 척하고 위기를 모면했고, 상대가 죽은 줄 알고 천천히 간 규의 일행은 결국 경쟁에서 졌다.


소백은 왕위에 올랐다. 그가 바로 제나라의 환공이다. 환공은 자기를 죽이려한 관중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때 그를 막아선 것이 포숙이다. 제나라만을 얻으려면 그를 죽이되, 천하를 얻으려면 그를 용서하고 크게 쓰라고 말한다.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크게 보라는 것이다. 사마천은 ‘나를 낳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라는 관중의 말을 사기(史記)에 적었다.


포숙의 천거를 받아 관중은 역적에서 재상으로 위치가 바뀐다. 관중의 정사로 인해 제나라는 상업과 유통업이 발달하고 군대는 강해졌으며 백성들은 풍요로운 생활을 누렸다. 관중은 40여 년을 그렇게 환공을 위해 일했다. 그리고 병으로 쓰러졌다.


급한 정사를 미룰 수 없는 환공은 관중을 찾아가 후임자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환공은 관중이 당연히 포숙을 천거할 것으로 여겼으나 관중은 고개를 저었다.


관중은 “포숙은 군자이기 때문에 정치를 못합니다”라고 말한다. 포숙은 선악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한데, 선을 좋아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나, 그만큼 악을 미워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포숙은 나쁜 일을 한 사람을 평생 미워합니다. 누가 그런 사람 밑에서 견뎌내겠습니까? 이것이 포숙이 정치를 할 수 없는 결점입니다”라고 하마평을 내놓는다.


정치란 군자가 할 일이 아닌가 보다. 요즘 공천정국을 보면서 여야를 할 것 없이 국민 앞에 목청 높였던 공천혁명이 무색한 것을 보면 관중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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