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거래는 공정해야 한다. 하물며 의사 증원 문제 같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는 더욱 공평하게 결정해야 한다.

만약 이런 문제가 궁박한 상태에서 결정된다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전노로 유명한 샤일록이란 고리대금업자는 당장 먹고 살 양식이 없는 가난뱅이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월 100%의 고리를 갚지 않으면 몸에서 살 한 근을 떼어가기로 계약했다.

샤일록 같은 수전노가 있다면 그런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판관도 있는 게 세상 이치다.

그 재판을 맡은 판관은 약속대로 살 한 근을 떼어가되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도록 하라는 판결을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가난뱅이의 편을 들어주었다.

비슷한 현상은 우리 주변에 많다. 이웃 처녀를 사랑하는 노총각은 처녀가 요구하는 것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일단 결혼해서 아들딸 낳고 살면 그 약속은 한낱 사랑 타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약속한 총각이나 그 약속을 믿고 시집온 처녀도 그 약속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랑한다는 애정 표시였던 셈이다.

제22대 총선이 고비를 맞고 있듯이 의정 갈등도 고비를 넘기고 있다. 만약 총선 기간에 어떤 결론을 낸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여야가 사생결단을 낼 듯이 싸우는 총선 기간에는 일시 휴전했다가 총선이 끝난 후 정상적인 상태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총선 기간에 결론을 내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하는 걸까? 이해하기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국민의힘 선거를 총괄하고 있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입장부터 헤아려보자. 선거는 불과 1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언론에 보도되는 판세는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범야권에서 200석을 할 것이란 보도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에 불과할 것이다.

게다가 이재명과 조국은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탄핵뿐만 아니라 조기종식, 하야, 해고 등 극단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어떻게 될까? 일부 정치인은 외국으로 유학 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국내에선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한동훈 위원장에게 총선은 죽기 살기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니 장가만 갈 수 있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정상적인 심리 상태가 아니다. 거의 미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슨 약속을 했더라도 무효다.

그래서 총선 기간에는 일단 휴전했다가 선거가 끝난 후 맑은 정신으로 타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는 의사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의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일을 하는 동업자가 더 늘어나지 않으면 최소한 현재와 같은 권익은 보장받을 수 있다.

어딜 가도 의사가 넘쳐난다면 의사의 희귀성이 떨어지고 보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출퇴근 시간에 택시를 잡으면서 날마다 경험하는 일이다.

집엔 가야겠는데 택시는 없다. 겨우 잡은 택시는 행선지를 물어보고 승차 거부를 예사로 한다.

이때 승객이 내미는 무기는 따불이나 따다불이다. 정상적인 운임의 2, 4배를 줄 테니 가자는 것이다.

지금 의사들은 승객의 궁박한 입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사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택시를 잡지 않으면 노상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승객이다.

이때 승객이 2, 4배 주기로 한 운임은 법으로 따지면 무효다. 지금 국민의힘은 최소한 100석 이상은 건져야 개헌은 저지할 수 있다.

그것도 건지지 못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에 불과할 것이고, 탄핵을 당해 물러나는 것만도 못한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대통령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하야(下野)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의사라고 이런 실정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감히 대통령 퇴진운동을 펼치겠다고 한 것이고, 복지부 장‧차관을 파면하란 소리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사협회 산하에 대한민국 정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대통령이나 복지부 장관이 의사협회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처럼 오만방자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궁박한 상태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니 결론도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다.

총선이 끝나야만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할 수 있으니 그때까진 휴전하라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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